백악관, 화이자·모더나 백신 특허, ‘일시 정지’ 검토

백악관, 화이자·모더나 백신 특허, ‘일시 정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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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화이자, 모더나 등 제약사들이 보유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특허권을 일시적으로 정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각국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효능이 보장된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 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지만 “정부가 특허권 면제 등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백신 생산과 공급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무엇이 가장 합당한지를 먼저 평가해야 한다”며 당국자들이 미국에서 백신 생산을 증대시키는 방안도 계속해서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백신 특허권은 1995년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식재산권협정(TRIPs)에 따라 보호받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발도상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WTO에 일시 유예안을 내고 미국 등의 지지를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그간 자국 국민의 접종을 우선시하며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빈곤국을 돕자는 민주당 내 목소리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특허권 해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은 앞서 “제약사들이 사람 목숨보다 이익을 더 우선시 한다”며 상·하원의원들과 함께 대통령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미 정부가 특허권 무효화를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J&J), 노바백스 등은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및 백악관 관료들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정부, 정치 지도자, 국제기구 뿐 아니라 산업계도 위기의 시대에 큰 용기와 희생을 발휘해야 한다”는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제약사는 나아가 ‘특허를 포기하면 중국, 러시아에 핵심 기술이 넘어가게 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미국 최대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콕 집어 언급해 정부에 위기감을 조성한 것이다.

경제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미 상공회의소는 타이 대표의 관련 발언이 나온 직후 성명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여러 백신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생산량이 크게 늘었으며 △이미 생산과 유통을 위해 마련돼 있는 260여건의 파트너십 협정 등을 고려할 때 특허를 푸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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