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트럭 화물 시장에 진출하는 평균나이 27.5세 ‘코코넛사일로’

동남아 트럭 화물 시장에 진출하는 평균나이 27.5세 ‘코코넛사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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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천안에서 나왔다. 대학을 가기 전까지는 충청도를 떠나지 않았던 토박이였다. 그러다 스무살이 넘어 처음 가본 타국 베트남에서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하게 됐다. 미래를 본 것이다. 그때부터 그의 모든 관심사는 동남아시아로 통했다. 뉴스도 동남아에 관한 것을 가장 먼저 찾아봤고, 전공 서적보다 동남아 관련 문헌들에 더 깊게 빠져들었다. 졸업 후에도 베트남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만 원서를 냈을 정도다. 결국 한 우물만 판 그는 베트남에서는 생소한 화물 운송 플랫폼을 하는 기업을 만들었다. 베트남 화물 플랫폼 시장에 도전한 김승용(31) 코코넛사일로 대표를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와 베트남의 첫 만남은 해외봉사에서 시작됐다. 그는 “베트남이라고 하면 ‘베트남 전쟁’을 떠올리며 막연한 개발도상국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2014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할 무렵 해외봉사를 위해 가보니 산업 자체가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후 “앞으로 동남아 지역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세웠다.

 

그는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서도 회사의 명성이나 연봉 보다는 ‘베트남에 사업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먼저 따졌다. 그런 기업만 골라서 원서를 냈고, 거의 모든 회사의 면접에 올랐다. “사실 차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베트남에 트럭을 많이 수출하고 있다는 대목에 끌려 현대차에 지원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2016년 7월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내 상용프로젝트팀에 입사했다. 그는 “베트남으로 상용차를 수출할 때 지역 특성에 맞는 엔진과 사양 등을 갖추는 업무를 맡았는데 신입사원의 생각과 회사의 일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차에 입사 1년 남짓 지난 2017년 10월 사내 스타트업 모집 공고를 보게됐다. 그는 한양대 공대 동기인 회사 동료들과 사내벤처에 도전했다. 그 결과 대기업 사내벤처로는 이례적으로 입사 2년차 ‘사원’ 직급으로 사내 스타트업에 선발됐다.


2020년 6월 분사한 코코넛사일로는 베트남에서 화물차를 타겟으로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고객이 화물 운송을 의뢰하면 이를 물류사와 화물차 기사에게 전달하고 서로 연결시켜 보다 빠르고 저렴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우버, 그랩 등 승용차나 이륜차를 이용한 여객 모빌리티는 활발하지만 화물차 플랫폼은 드물다”며 “화물차 기사와 물건 운송을 의뢰하는 제조업체를 묶어서 하나의 플랫폼에서 생태계가 구축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배송 추적 등이 되는 화물업체가 잘 없는데 이러한 점을 공략한 것이 회사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코코넛사일로는 지난해 말까지 기술검증(POC) 과정을 거쳐 올해 초 시장에 선보였다가 현재는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만 진행중이다. 현지 4개 물류사와 기사 100여명과 협업중이다. 조만간 시장에 재진출할 예정이다. 그는 “화물을 옮기다보니 의복이나 농산품, 공산품 등 다양한 물건 의뢰가 오는데 박스 형태가 아니다 보니 이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운송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여러 발주처의 다양한 주문을 받아 효율적으로 나누고 싣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호치민을 오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을까. 김 대표는 “1년에 절반은 베트남에 머물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움이 많지만 오히려 자가격리 기간 등 많은 장벽이 생기자 그동안 베트남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져 오히려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기에 더 좋다”고 말했다.
 

코코넛사일로는 베트남처럼 젊은 기업이다. 베트남의 국민 평균 연령이 30세인데 이 회사도 전 직원이 MZ세대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찾은 사무실은 카페처럼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다. 20여명의 직원 평균 연령은 27.5세, 만31세인 김 대표와 공동창업자가 회사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그에게도 경영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김 대표는 “기업은 보통 다른 기업의 선례를 벤치마킹해 답을 찾으려 하는데, 이 과정에 정답은 없고 현답만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원과 환경, 인력구조 등을 보면서 현명한 답을 찾아가는 게 경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솔직하고 당찬 성격의 김 대표지만 일에서 만큼은 보수적이다. “일은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기 까지 주로 일을 하고 있는데 건강과 정신력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데, 최근 워라밸을 중시하는 방식과 접점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구조와 일하는 방식, 문화를 어떻게 선진화 시켜나갈 것인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에게 인상적인 직원 면접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우리 회사의 사업 모델이 멋져보여 인턴(현장실습인력)으로 경험하고 싶다는 대학 3학년생이 있었다”며 “그는 나무위키(인터넷 백과사전)에 코코넛사일로에 대한 내용이 없어 직접 조사한 내용을 입력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고 했다.


 

독특한 회사 이름도 김 대표의 동남아 사랑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는 “적도 부근의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계속 사업을 할 생각인데 이들은 주로 코코넛 주산지다. 여기서 코코넛이란 이름을 가져왔다”면서 “스타트업은 로켓에 자주 비유되는데 로켓은 우주궤도에 도달하지 못하면 결국 포물선을 그리다 떨어진다. 우리는 로켓을 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미에서 이름에 ‘사일로’(원래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라는 뜻으로 과학분야에서는 로켓을 쏘는 발사시설을 의미한다)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코코넛이 들어간 이름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동남아의 유명한 코코넛 공급업체에서 우리에게 한국에서 코코넛 수·출입과 관련한 사업을 해보자는 연락이 온 적도 있다”며 웃었다.

 

이들의 기술력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베트남 최대 스타트업 대회 ‘스타트업 휠’에서 탑50 기업에 선정됐고, 미국 스타트업 경진대회 코드런처에 아시아 기업으로는 처음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는 동남아 사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화물 트럭과 관련한 새로운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속한 다임러 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스타트업 아우토반’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 5곳에 선정됐다. 김 대표는 “다임러트럭코리아와 협업해 ‘트럭닥터’라는 화물차 정비 플랫폼을 개발했다”며 “기존에 전화로 예약하던 트럭 정비를 앱을 통해 예약할 수 있고,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미리 정비 자문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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