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웃국가인 멕시코와 캐나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COVID-19) 백신 약 400만회분을 빌려주기로 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백신을 보내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이민자가 급증하자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멕시코에 250만회분, 캐나다에 150만회분, 총 400만회 분의 백신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인에 대한 접종을 최우선 순위로 한다"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에는 국경이 없다. 이웃국가가 바이러스를 저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캐나다·멕시코에 백신을 공급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번 백신 공급은 대여 형식이다. 연말에 캐나다와 멕시코가 또다른 코로나19 백신으로 미국에 이를 갚게 된다.

그간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백신 싹쓸이를 비판하며 개발도상국 등과 백신을 나눠야 한다고 요청해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들이 백신을 접종한 후 남으면 공급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아메리칸 퍼스트'를 고수해왔다.

미국이 이웃나라들과 백신을 나누겠다고 밝혔지만 순수한 의도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급증한 국경 이민자 증가 현상과 백신 공급 발표가 맞물리면서다. 특히 주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미국에서 승인받지 못한 제품이기도 하다.

"국경위기와 관련해 백신 제공을 결정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사키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백신 공급 요청과 무관하게 국경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멕시코와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멕시코가 부족한 백신을 구하기 위해 중국과 접촉하려 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번 백신 공급과 관계없이 오는 5월까지 모든 미국 성인들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단 계획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스(J&J) 백신 등 총 3가지 백신을 사용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