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대표음식(나시르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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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15:58
나시(nasi)는 말레이어로 “쌀밥”을 의미한다. 르막(lemak)은 “기름 또는 지방”을 뜻하는데, 요리와 관련하여 사용될 때에는 “코코넛 밀크”를 의미한다. 따라서 나시르막은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을 뜻한다.
나시르막의 기원이나 역사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학자들은 과거 농부와 어부들이 밥에 반찬을 이것저것 곁들여 먹던 식사가 하나의 요리로 자리 잡아 오늘날의 나시르막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쌀밥은 예로부터 말레이시아의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이었다. 식탁에 늘 올라오다시피 했던 밥은 여러 방법으로 조리되었다. 물만 넣고 지은 것부터 참기름이나 강황, 사프란 등의 향신료를 넣고 지은 것 등 다양한 종류의 밥이 발달했다. 한편 야자나무가 우거진 해안가에서는 코코넛이 흔해 코코넛 밀크를 넣고 밥을 만들었다. 이렇게 준비한 코코넛 밀크 밥에 마찬가지로 바닷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멸치 등으로 만든 반찬을 곁들여 먹었는데, 이러한 식사 형태가 나시르막의 시초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은 과거 농부들이 일을 나설 때 가져간 식사가 나시르막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농부들이 쌀밥과 반찬 몇 가지를 운반하기 편리하도록 바나나 잎으로 감싸 일터에 가져갔는데, 이처럼 밥과 반찬을 바나나 잎 위에 한데 놓고 먹는 방식이 이어져 나시르막이 탄생했다고 본다.
나시르막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20세기 이전부터 말레이시아에 존재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1909년 발간된 리처드 올로프 윈스테트(Richard Olof Winstedt)의 『말레이인의 생활(The Circumstances of Malay Life)』에 나시르막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또한 1935년에 나온 한 신문 기사에서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내 캄퐁 바루(Kampong Bahru)에 위치한 시장에서 나시르막을 판매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영업 중인 나시르막 노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 중 하나로 인정 받는 나시르막 탕린(Tanglin) 주인의 주장에 따르면 이 노점은 1948년부터 나시르막을 판매해왔다고 한다. 1970년대 전후에는 사람들이 나시르막 행상을 세워 바나나 잎으로 포장한 나시르막을 사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 행상들은 어깨에 진 나무 바구니에서 나시르막을 꺼내어 팔았다.
나시르막은 밥 중심의 전통적인 식문화와 잘 어우러지고 저렴할 뿐 아니라 먹기 편하다는 이점도 있어 금세 대중적인 요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오늘날 나시르막은 말레이시아 각지의 노점부터 고급스러운 레스토랑까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요리가 되었다. 2009년에는 말레이시아 통일문화예술유산부(Ministry of Unity, Culture, Arts and Heritage)에서 유적지, 회화, 민속무용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국가 유산(national heritage)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는데, 여기에 나시르막이 포함되었다. 또한 인접한 싱가포르에서도 나시르막을 많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