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째 감염 0명… '인구 44만명' 브루나이의 코로나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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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2 17:01
동남아시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인도) 변이 확산으로 고전하는 요즘 브루나이만큼은 딴 세상이다. 마스크를 벗고 국가 행사를 치를 만큼 '코로나 안전지대'임을 과시하고 있다. 벌써 15개월 가까이 나라 안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웃나라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22일 더스쿱닷코 등에 따르면 브루나이는 코로나19 마지막 감염이 확인된 지난해 5월 6일 이후 현지 감염이 한 명도 없다. 이날 기준 443일째 '코로나19 지역 감염 0'의 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 셈이다. 총 지역 감염은 141명, 사망은 3명에 멈춰 있다. 물론 이후 입국 과정에서 확인된 해외 유입(160여 명)은 제외한 수치다.
브루나이의 선방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말레이시아 학자들이 주축이 된 동아시아포럼은 '브루나이의 코로나19 성공 비하인드 스토리(뒷얘기)'를 분석했다. 우선 ① 브루나이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지난해 1월 발 빠르게 후베이성 여행객의 입국을 전격 금지했다. 한 달 뒤부터는 모든 국가의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실시했다.
작년 3월 9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입국자 중에서 첫 감염자가 나오고 보름 만에 100명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자 단호한 조치를 이어갔다. 내국인의 통상적인 해외 여행을 금지했고, 사전 승인 등 외국인의 입국 기준도 강화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온 입국자 중 감염자가 늘자 바로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② 국교가 이슬람교지만 이슬람사원을 임시 폐쇄했고, 이슬람 명절인 하리라야(르바란)에도 가족 구성원 외 모임을 금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규정에 따라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시행했다. "집에서 이슬람 경전 쿠란을 낭독하고 기도하라" "마스크를 벗으려면 마스크를 쓰라"는 것이다.
브루나이 정부는 단계적 코로나19 감소 계획을 세우고 ③ 1,500만 브루나이달러(약 126억 원)의 특별 예산을 편성해 신속하게 집행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TV를 최대한 활용했다. ④ 24시간 핫라인 서비스를 가동해 국민들의 각종 문의에 실시간 대응했다. ⑤ 방역 수칙 위반자들에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가감 없이 벌금형과 징역형을 부과했다. ⑥ 국가 정상인 술탄(국왕)부터 방역 의무를 솔선수범했다. ⑦ 국민들은 개인 방역 지침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정부에 협조했다.
덕분에 올해 5월부터 예배 등 집회 관련 규제가 풀렸다. 집회가 허용되면서 정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이달 15일 열린 하사날 볼키아 국왕의 75주년 생일 기념행사는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성대하게 치러졌다. 브루나이에 1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수시씨는 "브루나이에 산다는 건 행운"이라며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고 모임을 할 수 있다"고 인도네시아 매체에 말했다.
물론 브루나이의 성취를 상황과 덩치가 제각각 다른 타국과 비교할 수는 없다. 칼리만탄(보르네오)섬 북쪽에 위치한 브루나이는 우리나라 서울 9배 남짓 넓이(5,770㎢)의 이슬람 절대 왕정 국가로 인구는 약 44만 명에 불과한 소국(小國)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3만1,000달러 수준(2019년 기준)으로 동남아에선 부국(富國)에 속한다.
다만 동남아 이웃나라들의 최근 위기를 감안하면 브루나이의 성공이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와 공존'을 모색하던 589만 인구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수산시장과 유흥주점(KTV)에서 비롯된 지역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미얀마 등도 위급 사태에 빠졌다. 인도네시아에선 '#사상 최악의 대통령' 해시태그(검색용 키워드) 운동이, 말레이시아에선 총리 퇴진 흑기(黑旗) 운동이 벌어지는 등 민심 이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