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라 브랑카(Pedra Branca)는 싱가포르해협 동쪽 어귀에 있는 섬으로 싱가포르의 동쪽에서 46㎞,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의 남쪽에서 14.3㎞ 떨어져 있다. 명칭은 포르투갈어로 '흰 바위'를 뜻하며, 말레이어로는 '바투 푸테(Pulau Batu Puteh)'라고 하는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섬이 구아노로 하얗게 덮인 데서 유래하였다. 이 섬은 간조 때 길이 130m, 너비 60m, 면적 8560㎡인 작은 무인도이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19세기에 싱가포르를 지배한 영국이 1847년 이 섬에 등대를 세워 관리하였고, 1965년 싱가포르가 독립한 뒤에도 이를 승계하여 섬을 실효적으로 지배해왔다. 1979년 말레이시아가 이 섬을 자국의 영해에 포함시킨 지도를 발행하면서 싱가포르와 영토 분쟁이 시작되었다. 이후 양국 정부 간에 여러 차례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2003년 7월 양국이 합의하여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였다. 이 영유권 분쟁에는 페드라 브랑카의 주변 섬들인 미들 록스(Middle Rocks)와 사우스 레지(South Ledge)도 포함되었다.

말레이시아는 페드라 브랑카 등이 1512년 이래 계속해서 조호르 술탄국의 영토였다는 점, 조호르 술탄국이 유럽 국가가 인정한 주권적 실체였다는 점, 해당 지형물 주변에서 조호르 술탄국 사람들(특히 오랑라우트족)이 활동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조호르 정부를 계승한 말레이시아 정부가 당연히 영유권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싱가포르는 조호르 술탄국이 페드라 브랑카 등에 지배력을 행사하였다는 구체적 증거가 전혀 없으며, 1847년에 영국의 승인을 받아 스리랑카의 식민지 정부가 등대를 설치할 때 페드라 브랑카는 주인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무주지(無主地) 선점에 의하여 영유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분쟁이 발생하기 전까지 페드라 브랑카에 대한 실효적 주권 행사에 대하여 말레이시아가 전혀 항의하지 않았으며, 1953년 조호르 정부가 싱가포르 측에 페드라 브랑카의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서한을 보낸 사실도 근거로 제시하였다.

2008년 5월 국제사법재판소는 페드라 브랑카가 본래 조호루 술탄국의 영토였다는 말레이시아 측의 주장은 수용하였지만, 말레이시아가 특정할 수 없는 어떤 시기에 이 섬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여 싱가포르의 영토임을 인정하였다. 한편 미들 록스와 사우스 레지에 대해서는 이 섬들이 페드라 브랑카와 단일 집단을 형성한다는 싱가포르의 주장을 기각하고 미들 록스는 말레이시아에 영유권이 있다고 판시하였으며, 간조 때 노출되는 사우스 레지는 이 섬이 위치한 바다를 영해로 하는 국가에 속한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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