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죌수록 기승…말레이, 가짜 할랄인증에 골머리
chars
0
1,352
2020.12.15 11:54
말레이시아에서 가짜 '할랄' 인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된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일컫는데, 인증을 받지 않은 고기류를 밀수한 뒤 가짜 인증을 부착하는 일이 심심찮게 적발되고 있다. 관계 당국은 수입산 육류와 육가공식품에 대한 통관ㆍ유통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5일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남부 조호르바루의 한 창고에서 할랄 인증이 표시된 수입산 육류 제품이 발견됐다. 이 제품을 수입한 업체는 중국, 우크라이나,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할랄 인증을 받지 않은 육류를 밀수한 뒤 가짜 할랄 인증 표시를 부착해 말레이시아 전역에 납품했다. 수출입식품검역처(MAQIS)는 이들이 3000만링깃(약 80억8500만원) 상당의 냉동 육류 1500t을 전국에 유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짜 할랄 인증이 부착된 제품이 유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무역통상부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 1700만개의 상품이 가짜 할랄 인증 표시가 부착돼 유통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03년부터 할랄 로고를 통일하고 수입 육류와 육가공식품에 대한 할랄 인증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지만 할랄 인증을 받지 않은 육류 밀수는 오히려 성행하는 추세다.
가짜 할랄이 판치는 것은 할랄 인증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육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짐승의 머리가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향하게 하거나 한 번에 동물을 죽여 고통을 줄이고 피를 전부 빼야 한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입 고기의 가짜 할랄 인증 표시 부착을 막기 위해 통관ㆍ유통 단계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슬람개발부(JAKIMㆍ자킴)의 압둘 아지즈 심의관은 "앞으로는 자킴과 말레이시아 수의검역청이 인정한 도축장 또는 제조업체의 육류만 수입하겠다"며 "수입되는 모든 육류 제품은 자킴 또는 인정받은 해외 할랄 인증 기관을 통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육류 수입업자는 수입 전 해당 국가의 관할 당국에서 받은 위생증명서와 말레이시아 조사국의 수입 허가증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무슬림들은 이 같은 규정 강화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통관과 유통 단계 단속을 철저히 해도 밀수를 막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MAQIS는 전역에 57개의 검역소를 두고 있지만 직원은 467명에 불과하다. 검역처 관계자는 "클랑항세관에서는 직원 24명이 매일 400개의 컨테이너를 검사한다"며 "실질적인 밀수입 단속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력을 충원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도축장에서 육류를 수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하마드 아피크 마라대 할랄산업경영학 교수는 "규정을 강화해 자킴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할랄 도축장에서 육류를 수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인은 "밀수된 육류가 할랄 인증 제품으로 허위 등록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무슬림 소유 업체만 육류를 수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