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선포한 말레이시아, 이유 들여다보니

'국가비상사태' 선포한 말레이시아, 이유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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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 19 확산방지를 위해 이동 통제령(MCO 2.0)을 발령하고, 외국인의 입국과 경제,사회활동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후 모범적인 관리로 조건부통제(CMCO)와 재복귀통제(RMCO)로 통제방식을 완화하며 몇 번의 확산 요인은 있었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연착륙에 성공하는 듯했다.
 
말레이시아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그런데 신정휴가 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2차 재확산과 맞물려 확진자가 급진적으로 확산하면서 일 확진자가 4천 명이 넘기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위시한 6개 주에 1월 13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이동통제령(MCO)을 발동했다.  이 와중에 이동 통제령의 발효 첫날인 13일 탄스리 무히딘 야신 수상은 긴급담화를 통해 8월1일까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여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국가비상사태는 수상의 제청에 의해 국왕이 승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조치이고, 국가 비상사태하에서는 모든 정치 활동이 정지되고 국회의 기능을 행정부가 대신하게 된다.
 
말레이시아 전역에 국가비상사태가 발령된 것은 1969년 인종폭동 사태 이후 처음인데, 무히딘 총리는 지난해 10월에도 신종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압둘라 국왕에게 전국 비상사태선언을 제청했으나, 국왕이 거부한 바 있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그러면 왜 이 시점에 코로나 19 유행과 관련성이 낮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을까?  이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현재 여·야당의 정치 역학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

비상사태 계기는 하원 지지 과반수 붕괴?

말레이시아의 현 집권 여당은 전체 222석의 하원 의석 중 110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야당 또한 110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2곳은 공석이라 보궐선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작년 10월 야당에서는 공석인 2곳의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려고 보궐선거를 요구했으나 무히딘 총리는 코로나 19 확산을 이유로 압둘라 국왕에게 비상사태선언 발령을 제청했다.

당시 국왕은 코로나 19 관리는 현행 시스템으로도 충분하다며 거부했으나 코로나 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자 지난해 11~12월 사바주 동부 두 곳과 페락주 한 곳 등 3개 지역에 부분 비상사태를 발령하여 12월 5일 예정되었던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이 연기된 적이 있었다.
 
이런 전례를 이유로 이번 비상사태선언은 무히딘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탈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령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여당은 연립정당인데 연합 여당 내 최대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과 무히딘 총리가 이끄는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 때문에 2021년 새해 들어 통일말레이국민조직 최고위원인 아마드 자즈란 아쿱 하원의원이 지난 9일 무히딘 총리에 대한 지지 철회를 표명하면서 여당 과반수 붕괴가 현실화하였기 때문이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

이번 사태를 두고 국립 말라야 대학 사회문화학부 아완 아즈만 교수는 무히딘 총리의 선제공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여당 내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은 주도권 장악을 위해, 3월까지 의회 해산 후 총선실시를 요구해 왔는데, 이번 긴급사태선언으로 의회 활동이 중단되면서 선거가 연기되는 등 정치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로써 무히딘 총리는 일단 실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긴급사태선언은 '일시적인 휴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무히딘 수상은 긴급사태 발표 후 연속해서 서민들을 향한 유화적인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아원과 유치원이 문을 여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현재 모든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지만 유아원과 유치원은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며 문을 열게 하여 직장인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의외의 환영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Rm15억에 이르는 페르마이(Permai) 경제 및 국민 보호기금을 조성하여 20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중점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1월 18일 발표된 페르마이(Permai) 경제 및 국민 보호기금에 관한 중요 대책을 보면 다음과 같다.

○ 의료 최전방 종사자에게 우선 500링깃(약 15만원)을 지원하고, 2021년 1분기 말에 300링깃(약 9만원)을 지급한다.
○ 은행의 대출 상환을 연장하고 모라토리엄의 위험이 있으면 재융자를 제공한다.
○ 온라인 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RM2,500 이하의 컴퓨터, 핸드폰, 태블릿에 대한 비과세를 2021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한다​
○ 위축된 관광산업 때문에 어려움에 부닥친 14,000명의 관광가이드와 118,000명의 택시, 학교버스, 관광버스, 렌터카, e-헤일링 차량에 대한 지원금 RM6천 6백만을 지원한다.​
○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호텔과 테마파크 쇼핑몰 등 6개 사업 부문에 전기 요금 10%를 할인하는 등 20가지 지원책을 발표하고 서민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한 편 1월 22일 1월 26일 종료 예정인 이동통제령을 사라왁주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하고 그 기간도 2월 4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하며 강·온 양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전망

현재의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국립 말라야 대학 아완 아즈만 교수는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상황만으로 무히딘 총리가 승리했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이다"라는 진단을 하고 무히딘 총리가 완전히 승리하기 위해서는 "차기 총선에서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로부터 충분한 의석수를 양보받아야 하고, 선거 후에도 무히딘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소속당인 말레이원주민당(PPBM)에서 후계자를 배출하는" 2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년 3월 1일 국왕에 의해 구성된 현 여당은, 그 정통성 때문에 마하티르 전 수상과 안와르 전 부수상의 도전을 계속 받고 있었다. 거기에 여당 내에서도 마하티르와 안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어 말하자면 현재 '불안한 동거'를 하는 상태이다.

그런 이유로 코로나 사태가 수습되면 여당 내부에서의 대립이 재차 표면화될 것이고 여기에 현 여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마하티르 전 수상과 안와르 전 부수상이 도전하고 있어 또 다른 방향으로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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