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변화한 말레이시아의 일상, 그리고 취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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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2 17:46
2020년은 코로나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그리고 우리네의 일상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코로나19는 말레이시아에도 예외 없이 맹렬한 기세를 떨쳤는데,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계속 발생하면서 2020년 3월에 코로나19로 인한 첫 번째 락다운, 이동제한명령(MCO)를 발표한다. 국경 봉쇄, 경제활동 중단, 주간 이동 제한 등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때, 회사 근처 집을 현지인과 쉐어하며 지냈으며, 방이 좁았고 공유하는 집이라 불편했기 때문에 락다운 전에는 보통은 잠만 자고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락다운이 시작되고 나서는 꼼짝없이 집에서만 지냈으며 집에 와이파이조차 설치가 안 되어 핫스팟을 연결하여 근무를 했다. 불안정한 인터넷 연결 탓에 화상회의를 하는 날이면, 언제 끊길지 몰라 항상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나는 2020년 3월부터 그전에 말로만 듣던 "재택근무"에 적응해가기 시작한다.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말레이시아 직장인의 일상은 어떨까.
1. 재택근무의 일상화
(출처 : BBC News 코리아)
말레이시아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감염 사례에 따라 락다운 조치 발표 및 해제를 반복하고 있다. 락다운 조치가 해제된 기간이면 직장에서 속출하는 코로나19 감염 사례 때문에, 정부에서 재택근무를 장려하기 시작했고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재택근무 로테이션을 작년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회사 출근, 재택근무를 병행하면서 작년을 보냈다. 그러다 올해는 말레이시아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만 명 이상까지 돌파하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는 급기야 올해 5월에 다시 락다운을 발표했고, 필수업종을 빼고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5월부터 100%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제는 "재택근무"에 많이들 적응한 걸로 보인다.
컴퓨터 또는 핸드폰을 통해 화면상으로 비춰지는 사람에게 얘기하는 건, 외국 생활하면서 가족이나 친구한테 전화할 때 빼고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비비며 대충 씻고 컴퓨터 앞으로 가는 게 내 "출근길"이 되었고, 노트북을 닫고 침대로 달려가는 길이 내 "퇴근길"이 되었다.
2. QR코드 스캔 그리고 백신 예약까지 한 번에! Mysejahtera 앱 다운은 필수
(출처 : The Star)
(출처 : The Star)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개인이 말레이시아 내 어떤 장소(대중교통 포함)를 가던지 출입하기 전 Mysejahtera 앱을 통해 QR 코드를 스캔해야 한다. 이 앱을 통해 정부는 확진자가 생기면 동선을 추적할 수 있으며, 앱 이용자는 내 주변 1km 반경 내 확진자가 몇 명이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이 앱은 QR코드 스캔뿐만 아니라, 백신 예약도 가능하다. 나는 이 앱을 통해 백신 예약이 자동으로 되었고, 최근 화이자 1차 접종을 마쳤다! 이 앱을 통해 백신 접종 장소 및 시간이 안내되며, 백신 접종 완료 후에는, 접종 완료 카드(디지털)까지 확인할 수 있다.
3. 한국 못지않다. 배달의 민족!
(출처 : Malay Mail)
외식 문화가 잘 발달한 나라다. 나 역시도 주중에 밖에서 끼니를 해결한 적이 많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말레이시아 내 식당의 영업시간이 단축되고, 식당 내에서 취식하는 경우 인원에 제한이 있는 등 규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현재는 강력한 락다운이 시행되어, 매장 내 식사조차 금지되었고 테이크아웃 또는 배달만 가능하다. 말레이시아의 음식 배달 앱의 양대 산맥은, 바로 그랩 푸드(Grab Food)와 푸드 판다(Foodpanda)이다. 이 앱을 이용하여 음식을 주문하면, 거리에 따라 배달료(무료 배달도 있음)가 책정되고 기사가 어디에 있는지와 언제 도착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가끔 특별한 기간에는 프로모 코드를 이용하여 할인된 가격으로 음식 주문을 하거나 무료 배달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나 또한, 이 두 가지 앱을 번갈아 자주 애용하는 편이며 주중에 점심과 저녁은 건강식을 배달해 주는 업체를 이용하여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바뀐 말레이시아 취업시장
그럼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취업시장은 어떨까?
1) 구인공고 게재, MYFutureJobs
말레이시아 매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실업률은 코로나19가 터진 작년에 5.3%를 기록했는데, 91년 이후 거의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민 우선 고용정책의 일환으로 취업비자(Employment Pass, EP)에 행정적인 절차를 추가했다.
- EP 신청 전, MYFutureJobs 사이트에 최소 30일 이상 EP 신청을 하고자 하는 포지션에 대하여 구인공고 게재
- 30일 이내에 현지인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 후, 결과 리포트를 말레이시아 사회보장기구(SOCSO)에 제출
- 외국인 고용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EP 승인 추천서가 발급되며, EP 신청 시 함께 제출
하지만, 모든 취업비자 신청자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고 급여나 직책 또는 업무 기술에 따라 면제가 주어질 수 있다.
2) 이민국의 근무시간 변동에 따라 길어진 비자 발급 기간
말레이시아 정부 기관인 이민국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락다운 발표에 그 어느 곳보다도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이다. 회사는 필수업종에 따라 직원들을 출근하게 할 수 있는 반면, 정부기관은 정부에서 닫으라고 하면 예외 없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락다운으로 인한 이동 제한 정도에 따라, 이민국은 대면 업무를 위한 모든 카운터를 닫고 100% 재택근무로 돌입한 적이 있어 직접 방문해서 민원처리를 해야 하는 업무가 중단된 적이 있었으며, 지금은 아주 소수의 카운터만 열어놓은 채 예약한 사람만 업무를 볼 수 있다. 락다운으로 인해 이민국의 업무시간 단축 또는 업무방식(재택 또는 카운터 오픈)이 달라지면서 비자 발급 소요 시간에 이전보다 더 길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말레이시아 내에 재택근무는 이제 거의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졸업 후,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에 면접은 대부분 화상으로 진행된다.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는 작년 락다운 기간에 이직에 성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례가 급증하면서 본사 지침에 따라 친구 회사의 모든 해외법인이 재택으로 돌입하는 바람에 입사 후 지금까지 현지 동료들을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또한, 말레이시아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SSC(Shared Service Center)가 많이 진출해있어 Korean Speaker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 현재, Korean Speaker의 공고 중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까다로워진 입국 절차 및 비자 발급으로 인해 한국에서 일을 먼저 시작한 후에 말레이시아로 입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처음 겪는 코로나19 시대로 인해 말레이시아에서의 나의 작은 일상에서부터 크게는 말레이시아 전체적인 시스템이 많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려 고군분투하는 말레이시아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건, 이런 변화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피부로 느낀 큰 변화는, 그전에는 민원 업무를 볼 때 직접 찾아가서 서명하고, 문의해야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 업무를 지양하면서 속속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런 변화는 생산성 및 편리성 차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