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정치적 불안까지…말레이서 투자 발빼는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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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0 10:32
코로나19와 정치적 혼란 등으로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전년 대비 6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에 따르면 작년 말레이시아에 유입된 FDI는 25억 달러(약 2조 8100억원)로 전년(78억 달러)보다 68% 감소했다. 지난해 아세안 전체 FDI는 1070억 달러(약 120조 2680억원)로 전년에 비해 31% 줄었다. 말레이시아의 FDI 감소폭이 아세안 전체보다 크게 밑돈 것이다.
이밖에 베트남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140억 달러(약 15조 7360억원)를 끌어들였고,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는 580억 달러(약 65조 1,920억원), 180억 달러(약 20조 2,320억원)의 FDI를 유치하면서 각각 37%, 24% 감소했다. 태국 FDI 역시 전년보다 50% 감소한 15억 달러(약 1조 6,860억원)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 실적이 저조했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미래신사업 분야와 빅데이터 등 디지털경제의 투자·생산기지로 해외 기업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은 인도네시아에 공장 건설과 데이터센터 등 투자를 대거 늘렸고, 애플은 아이패드와 맥북 생산 설비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은 싱가포르에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정치적인 혼란 등의 이유로 전년 대비 투자환경이 악화된 상태이다. 2018년 말레이시아는 1957년 독립 이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루었지만, 2020년 3월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돌연 사퇴를 표명하고 무히딘 야신 새 총리가 지명됐다. 하지만 정치 기반이 약한 무히딘 총리가 국정 장악에 실패하면서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 유라시아 그룹 아시아 대표 피터 뭄포드는 "말레이시아에 대한 FDI가 급감한 데는 내부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이 고조되고 경제적으로 민족주의 경향이 가속화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요인보다 장기간 코로나19 봉쇄의 여파로 인해 작년 FDI가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경제학자 디아나 델 로사리오는 지난해 2분기에 시행한 강도 높은 봉쇄 조치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그 여파로 외국인들의 투자를 잃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3월 18일부터 봉쇄조치를 발동한 후 5월부터 단계적으로 봉쇄령을 완화했다.
일각에선 국내 투자환경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얼라이언스은행 수석 경제학자 마노카란 모타인은 제도적 환경 개선을 통해 FDI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에게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며 "투명성 제고와 사업 절차 간소화, 외국인 노동자 고용 완화 등 장벽을 낮춰 투자유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말레이시아의 경제 수준에 비해 인터넷 등 통신 분야 수준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말레이시아 인터넷 속도는 라오스, 미얀마보다 느리며 이란, 케냐와 비슷한 수준이다. 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말레이시아의 절반 수준이지만, 인터넷 속도는 말레이시아보다 3배 이상 빠르다.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는 세계 경쟁력 순위 27위, 비즈니스 순위 12위로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세금 인센티브, 규제개혁 등으로 외국인 투자를 확대한다면 향후 FDI를 빠르게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