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대북제제 위반 북한인 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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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2 13:28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자금세탁 등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말레이시아로부터 인도받은 북한인 문철명(56)씨를 20일(현지시간) 구금했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문씨는 시계와 술 등 사치품을 북한에 보냈고,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을 했으며, 불법 선적을 지원하기 위해 위조서류를 만드는 등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씨는 자신의 신병이 인도된 것은 미국이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문씨를 자금세탁 등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에 신병을 넘겼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데 이어 이날 북한 외교관과 가족 등 33명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통해 중국 상하이로 출국했다.
FBI는 문씨가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며 2019년 5월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워싱턴DC 연방법원 판사가 그해 5월 2일 돈세탁 등 혐의로 문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말레이시아 당국은 같은 달 그를 체포했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같은 해 12월 인도를 승인했고,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신병 인도 거부를 요청한 문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문씨는 2008년 말레이시아로 이주하기 전 싱가포르에서 북한으로 금지된 사치품을 공급하는 데 관여하는 등 유엔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명의뿐인 유령회사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불법 선적을 지원하기 위한 부정서류를 만든 혐의도 있다고 AP는 보도했다.
하지만 문씨는 이 혐의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문씨의 변호인은 문씨가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인도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면서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에 압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문씨가 미국 내에서 구금된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될 경우 북미관계의 새 화약고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은 이미 지난 19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문씨의 미국 인도 사실을 처음 밝히며 그에 대한 혐의가 "터무니없는 날조이고 완전한 모략"이라면서 신병 인도를 요청한 미국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새로운 대북정책을 짜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중순부터 북한에 외교적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은 이를 거부하며 "적대정책을 먼저 철회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중이 지난 18~19일 알래스카 고위급회담에서 거칠게 격돌하며 갈등만 재확인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도 쉽지 않은 조건이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미중간 갈등으로 중국이 미국을 도와 북한에 핵무기 문제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SCMP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해 미국과의 갈등 탓에 중국은 동맹인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보내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이 고조돼 북핵 문제 협력의 공간이 크지 않고 북한은 이를 기회로 여길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