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4%전망도…고민 깊어진 한국은행

美 물가 4%전망도…고민 깊어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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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금리가 또다시 급등하며 한국은행의 고민도 다시 커지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시장 안정 발언으로 ‘고민할 시간을 벌었다’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하루 만에 상황이 바뀐 것이다.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는 것은 결국 물가가 상승한다는 전망을 뜻하는데, 기준금리를 높이지 않는 것은 ‘물가 상승에도 중앙은행이 손을 놓고 있겠다’라는 선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저(低)물가 기조가 이어져 온 터라 당장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한국의 특수한 문제인 ‘부동산’ 이슈가 있어 셈법은 더욱 복잡하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국내 국고채 장기금리와 미 국채금리 상관계수는 0.9 수준으로, 미국과 크게 연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내부적으로 24시간 내내 소통하며 시장 파악에 나선 상태다. 금융시장 관련 국들과 뉴욕사무소 운용데스크 관계자들은 메신저 앱으로 소통하며 국내외 시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 국채시장 움직임, 그리고 미 국채금리 상승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우리 국채 중 외국인 채권투자 비중은 약 15%, 다른나라들도 약 20~30%로 미 국채금리가 뛰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른 나라에서도 매도세를 보이면서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들어 물가가 오르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빨라질 것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공동창업자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물가가 3~4%까지 오를 수 있다"며 "인플레가 결국 Fed의 완화적 정책을 중단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업자 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물가가 급등하며 Fed가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가 뛰면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다’라는 전통을 벗어난 Fed의 행보에 한은은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올해 말께 미국의 새로운 정책을 따를 것인지, 전통적 방법으로 인플레를 잡을 것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도 경기 회복과 인플레를 주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지난 8개월간 써왔던 ‘실물경제 불확실성 지속’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다. 인플레 우려로 시장금리가 계속해서 뛰면 결국 빚을 내 투자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높은 물가가 부담이 돼 금리를 올린 곳도 있다. 브라질은 전날 6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2.75%로 7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투자은행(IB)들은 이르면 올 4분기부터 일부 신흥국들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4분기엔 러시아와 말레이시아, 내년 초엔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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