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시너지 '확실'…재원 조달도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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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9 10:22
롯데그룹이 지난 16일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본입찰까지 완주할 지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는 이베이코리아의 높은 몸값(5조원 추정)은 부담이나 시너지를 고려했을 때 밸류가 적지 않고 자금을 마련할 여력도 충분한 만큼 롯데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티몬 인수설의 주인공에 꼽히는 등 이커머스 업체를 관심있게 지켜봐 왔다. 2010년 중반을 기점으로 이커머스업계가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위협할 만큼 높은 성장세를 이어간 까닭이다. 여기에 롯데는 자체 이커머스 '롯데온'을 보유하곤 있지만 후발주자로서 기존 경쟁사를 위협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약점도 가지고 있다.
시장에선 이 때문에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을 시 단숨에 이커머스 업계 주요 사업자에 오를 뿐더러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사업 반경과 겹치는 계열사가 한 두 곳이 아닌 만큼 여러 측면에서 이익이 창출될 수 있단 점에서다.
먼저 이베이코리아의 직간접적 고객사인 백화점과 롯데마트를 비롯한 롯데 유통사와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다수의 식음료 제조사가 재미를 볼 여지가 크다. 연간 20조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 중인 이베이코리아에 입점한 효과와 더불어 그룹사 차원의 협력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도 롯데 그룹사 덕을 볼 여지가 상당하다. 롯데쇼핑 등 계열사 물량 확대로 시장점유율을 끌어 올리면 외부업체로부터 지급받는 광고 및 풀필먼트 수익도 늘어날 수 있다.
이 같은 롯데 계열사-이베이코리아 간 거래관계는 그룹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재료다. 별도 영업 시 이베이코리아는 롯데 계열사에 오픈마켓 플랫폼을 제공한 대가로 판매수수료 및 광고비를 수취해 왔다. 하지만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된 후에는 이러한 비용이 롯데그룹 내에서 도는 돈이 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물류 측면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자체 물류센터 2곳을 활용해 풀필먼트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사업모델의 약점은 자체 배송능력이 없고 콜드체인 분야가 취약하다는 것인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러한 이베이코리아의 고민을 해결해 줄 역량을 갖추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CJ대한통운, 우체국, 로젠 등과 함께 전국 택배망을 갖춘 몇 안 되는 업체다. 또한 충북 진천에 짓고 있는 물류 터미널에는 신선식품류가 포함된 풀필먼트 기능도 들어가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배송물량 및 풀필먼트 수익 확대를, 이베이코리아는 물류 기능 강화로 충성고객인 스마일클럽(유료)회원 모집에 도움을 받는 셈이다.
재계는 이에 롯데그룹이 이베이코리아의 사업적 가치를 5조원 이상으로 평가할 경우 재원 마련 걱정없이 본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주체가 될 여지가 큰 롯데쇼핑이 막대한 자산을 보유 중인 까닭이다. 실제 롯데쇼핑이 작년 말 기준 보유한 현금성자산만 해도 3조8882억원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할인점과 백화점, 아웃렛 등을 통틀어 70여 곳의 자가 대규모 매장을 보유 중이다. 롯데쇼핑은 이들 매장을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 S&LB) 하는 형식으로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롯데는 타 사 대비 S&LB에 대한 부담도 적다. S&LB는 자산 매각에 따라 당장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반면 향후 임대료가 발생한다는 일장일단의 성격을 지니는데 롯데쇼핑은 임대료를 크게 낮출 카드를 갖고 있다. 지분 50%를 보유한 롯데리츠를 상대로 S&LB 계약을 맺고 추후 롯데리츠로부터 배당수익을 얻어 임대비용을 일부 상쇄하는 방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는 과거에도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 인 타이탄을 비롯해 롯데하이마트, 롯데렌탈 등 업계 1위 사업자를 M&A하면서 사업다각화와 함께 수익적으로도 도움을 받는 전략을 구사했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이베이코리아는 롯데에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베이코리아에 인수의향을 보인 곳 가운데 계열사와의 상성만 따져도 롯데그룹이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