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공장 이주노동자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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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11:08
코로나19 사태로 라텍스·니트릴 장갑 소비가 폭증함에 따라, 세계 최대 생산국인 말레이시아는 저렴한 이주민 노동력을 활용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이주노동자는 취업을 위해 빚을 지는 끔찍한 덫에 걸린 상태다.
2019년 말, 쿠알라룸푸르. 셀리프 S.는 오늘밤 말레이시아 수도의 산업지구 내 작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는 강제노동이 흔한 일”이라며 덧붙였다. “내 지인들은 몇 년 동안 직업소개소에 소개비를 갚느라 파산했다.” 직업소개소는 소개비를 떼일까봐 이민자의 여권을 담보로 압수한다. 셀리프 S.는 말레이시아 최대 고무장갑 제조업체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다. 주로 유럽과 미국 의료업계에 납품하는 회사다. 소개비 문제는 해외시장에 진출한 말레이시아 산업 전반에 만연해있다. 전자, 의류 등 고무가 포함되는 모든 제품군이 이에 해당된다. 2018년 마이크로전자 부품 수출액은 448억 달러, 의류 및 액세서리 수출액은 42억 달러에 달했다. 2019년 말레이시아는 세계 1위 고무장갑 생산국답게 전 세계 생산량의 63%를 차지했고, 생산량은 무려 약 3,000억 켤레였다.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하면, 말레이시아의 이주노동자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20~30%다. 네팔,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주변국에 비해 말레이시아의 임금은 높다. 이는 몇 년 동안 이주노동자로서 유배생활을 감수하고라도, 고국의 가족을 가난에서 탈출시키는 꿈을 꾸게 만든다. 2018년 이주노동자 본국 송금액은 90억 유로에 달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가족과의 이별이 전부가 아니다. 출국 전부터 말레이시아 회사가 파견한 직업소개소에 터무니없이 높은 이율로 큰 빚을 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