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싱가포르와 회담은 샤먼 피해…한국과 대조

왕이, 싱가포르와 회담은 샤먼 피해…한국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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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비비언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과 푸젠(福建)성 난핑(南平)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고 인민일보가 1일 보도했다.


미·중 세 대결 양상 속에서 싱가포르는 한국 등과 함께 최근 중국이 부쩍 공을 들이는 나라다. 지난해 8월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부산을 방문하기 직전 싱가포르를 방문했고, 왕이 부장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 방문 후 다음 달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에도 푸젠성에서 싱가포르·한국 외교장관을 잇따라 만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측의 회담 장소 선정이다. 싱가포르 장관을 만난 난핑은 차(茶)로 유명한 우이산(武夷山·무이산)이 있는 곳으로, 지난달 22~2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푸젠성을 시찰하며 방문한 장소다. 이와 달리 3일 정의용 외교장관과의 회담은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와 인접한 샤먼(廈門)에서 열린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굳이 이곳을 회담 장소로 고른 걸 놓고 한국을 ‘반중 연대’에서 떼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면에 싱가포르 발라크리슈난 장관과의 회담장으로 샤먼을 피한 것 역시 전략적 선택이란 말이 나온다. 2016년 ‘장갑차 억류’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다. 당시 대만에서 열린 ‘싱광(星光) 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던 싱가포르 육군 소속 장갑차 9대가 홍콩에서 억류된 사건이다. 싱광 훈련은 74년 리콴유 총리가 장징궈(蔣經國) 당시 대만 총통과 합의한 연례 연합 전술 훈련이다. 그런데 중국이 돌연 장갑차를 억류하자 대만과의 관계 청산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벌인 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싱가포르는 ‘조용한 외교’로 두 달 만에 장갑차를 반납받는 데 성공했다. 중국·대만·싱가포르 사이의 이런 미묘한 관계를 반영한 회담 장소 선정이란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싱가포르는 양자 회담에서 단계적 관광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1일 보도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회담 후 싱가포르 기자와 만나 백신·혈청검사·핵산검사를 포함한 건강 증명 인증을 통한 여행 재개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지만 상황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싱가포르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올해 중 싱가포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문제도 논의했다고 했다. 왕이 부장은 2일까지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외교장관과 연쇄 양자 회담을 열고 방역과 경제·무역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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