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시장 관문 말레이시아…韓기업에 큰 기회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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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6 17:37
인구 3300만명의 이 나라는 아시아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의 고수로 꼽힌다. 사기업 뺨치는 서비스 정신과 유연한 정책 편의로 해외 기업을 흡족하게 한다. 바로 말레이시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투자 환경의 변화에 맞춰 말레이시아가 환경·책임·투명경영(ESG)을 앞세우는 등 발 빠른 변화로 외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모하멧 아즈민 알리 말레이시아 수석장관 겸 국제통상산업부 장관은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에서 "ESG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는 나라만이 기업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팬데믹 이후 경제성장률과 ESG 목표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는 게 각국 투자유치 정책에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세제 감면 등 전통적 유인책을 기본으로 하고 기업의 높아진 미래 투자 눈높이까지 맞추는 정부만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서 경제 재도약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와 관련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신속하게 경제 체질을 `ESG 친화형`으로 개조하는 국가투자유치(NIA) 전략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ESG를 충족하는 재화·서비스·기술을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시장에 뿌리내리겠다는 게 이 전략의 지향점이다. 그는 "이미 시장이 바라는 정부의 역할은 `어떤 인센티브를 제시하느냐`에서 `ESG를 추진할 의지와 용기가 있는가`로 바뀌고 있다"라며 "아세안 시장으로 연결되는 관문인 말레이시아는 가장 빠르게 이 담대한 역할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이식된 `원스톱센터`를 소개하며 정부가 창조적 아이디어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맞춰 기업 활동을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스톱센터는 말레이시아에 입국하는 해외 기업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공항 내 비즈니스 라운지 서비스를 가리킨다. 신속한 검사 능력을 기반으로 라운지 안에서 3시간 안에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 자가격리를 면제받아 현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국가 방역 정책이 해외 기업인에게 심적 압박이 아닌 기업친화적 서비스로 느껴지도록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그는 "이 변화를 만들기 위해 국제통상산업부와 보건부, 이민국 등 3개 부처가 서로의 벽을 허물고 협력을 모색했다"라며 "국가 보건의 측면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이었지만 그만큼 빈틈없는 방역 및 진단 역량을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의 이 같은 내부 변화 노력은 세계은행의 기업투자 환경 조사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도 2020년 말레이시아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년(15위)보다 크게 상승한 수준으로, 아즈민 알리 장관은 "꿋꿋하게 전개한 노력은 어려운 시기에 더욱 빛이 난다. 수년에 걸친 우리의 규제 혁파 결과가 이 같은 순위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자부했다.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노력도 해당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가져와 성장의 선순환 효과를 일으킨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그가 이끄는 국제통상산업부는 주요 경제 부문이 윤활유를 칠한 듯 부드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시장 투자심리에 귀를 열어두고 정부 내부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예컨대, 기업들이 목말라하는 투자 인센티브를 확인하는 즉시 소관 부처들과 `투자진흥법` `특별 인센티브 패키지법` `소득세법` 등을 활용해 시장의 요구를 맞추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해외 투자 유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말레이시아투자진흥청(MIDA)이 운영하는 ` i-인센티브 포털`은 외국 기업이 말레이시아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인센티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아즈민 알리 장관은 "최근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한국과 말레이시아 교역 관계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며 양국 경제 협력의 업그레이드를 수차례 강조했다.
"우리는 한국의 산업 주자들과 자동화 로봇,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인공지능(AI), 증강현실 기반의 디지털 경제 등에서 새로운 투자와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협력을 위해 말레이시아는 기존에 설립된 회사들의 증설과 신규 프로젝트 지원은 물론 새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신규 회사의 지분 소유를 100% 허용하고 있다"며 "생산 난도가 높은 정밀 제품을 기반으로 말레이시아 정부의 제조업 활성화 작업에 한국의 혁신 기업들이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울러 해외교역에 성장의 기반을 둔 무역국가로서 기업들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여주기 위해 말레이시아가 투명한 국제규범의 정착과 집행에 노력해왔음을 소개했다.
아즈민 알리 장관은 "우리에게 투자하는 이들은 법률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아시아 국제중재센터(AIAC)를 활용해 신속히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라며 "투자 불확실성은 최소화하면서 아세안 주변시장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넓히는 최적의 전진기지가 바로 말레이시아"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