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영역 침범'에…화학사 "脫나프타"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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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5 21:36
국내 주요 석유화학 회사들은 원료 대부분을 정유사로부터 받아서 썼다. 휘발유와 성분이 비슷한 나프타다. ‘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은 나프타를 분해해 만든 것이다. 최근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정유사가 나프타 생산에 머물지 않고 에틸렌, 프로필렌 등 화학제품까지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석유화학 회사들은 자신들의 ‘안방’에 들어온 정유사들이 마뜩잖았다. 이들은 나프타 대신 다른 원료를 찾기 시작했다. 액화석유가스(LPG)를 나프타의 강력한 대안으로 삼고 대대적인 설비 전환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약 14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공장과 서산 대산공장의 ‘연료 설비 효율화’에 나선다고 5일 발표했다. 핵심은 원료에서 나프타 비중을 낮추고 LPG 비중은 높이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공장의 LPG 원료 비중은 현재 20%에 불과한데, 내년 말까진 40%로 높일 것”이라며 “2023년 이후엔 50%를 넘겨 나프타보다 LPG를 더 많이 쓸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능력 국내 1위 기업이다. 국내 연 230만t 규모 생산설비를 보유 중이다. 미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생산기지까지 합하면 연 450만t에 달한다. 국내 정유사로선 최대 고객사 중 하나다.
롯데케미칼뿐만이 아니다. 에틸렌 연 330만t 생산설비를 보유한 LG화학도 2018년 여수공장에, 2019년 대산공장에 LPG 전용 설비를 구축했다. 최근 증설을 끝낸 여수공장 일부 설비는 최대 50% 이상 LPG를 쓸 수 있다. 현재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나프타 대신 바이오 원료도 투입할 예정이다. 작년 11월 핀란드 네스테와 바이오 원료 공급 파트너십을 맺었다. LG화학은 바이오 원료 비중을 꾸준히 높이기로 했다. 한화토탈이 지난 5월 1500억원을 투자해 증설한 에틸렌 설비도 원료가 LPG다. 나프타 분해시설 대신 가스 전용 분해시설을 갖췄다.
○정유사, 화학설비 가동 잇달아
석유화학 회사들이 ‘나프타 독립’에 나선 것은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한 정유사를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나프타를 생산해 외부에 파는 대신 원료로 써서 화학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정유사에 나프타를 의존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쟁사를 돕는 꼴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