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렸던 마스크, 장갑...코로나 보호장비의 습격

사람 살렸던 마스크, 장갑...코로나 보호장비의 습격

chars 0 1,266 2021.03.31 15:42
코로나19로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PPE)는 세계적으로 일상의 필수품이 됐다. 그러나 천문학적으로 사용되는 이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대량으로 버려지면서 야생동물 피해가 두드러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의료용 라텍스 장갑 손가락에 끼인 물고기가 죽은 채 발견됐고 캐나다의 미국지빠귀는 날개에 마스크가 얽힌 채 죽었다. 피해 동물은 무척추동물인 게와 문어부터 각종 조류, 여우와 박쥐 같은 포유류 등 다양하고 피해 범위도 육상에서 담수, 해양 생태계로 확산하고 있다.

아우커-플로리안 힘스트라 등 네덜란드 레이던 대 연구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운하 대청소를 벌이다가 야생동물이 개인보호장비로 인해 피해를 보는 모습을 처음 발견했다. 라텍스 장갑 손가락에 파고든 농어는 등지느러미 가시 때문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물닭이 마스크와 물휴지를 둥지 재료로 쓴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세계적으로 이런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각국의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검색했다.
이들이 조사 결과 종합해 과학저널 ‘동물 생물학’ 최근호에 보고한 결과를 보면 야생동물 피해는 이미 세계적으로 광범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둥지 재료로 쓰던 폴란드 바르샤바의 참새는 새로 눈에 띄는 의료용 장갑을 놓치지 않았고 영국의 갈매기와 매는 발에 마스크가 걸린 채 돌아다녔다. 이탈리아의 혹고니는 목에 마스크를 걸고 있었다.

포유류도 예외가 아니었다. 네덜란드에선 마스크 2개가 옭아맨 박쥐가 발견됐고 영국과 네덜란드의 고슴도치는 각각 마스크와 장갑에 얽힌 모습이었다. 말레이시아의 원숭이는 마스크를 물어뜯고 있었다.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처럼 마스크와 장갑은 바다로 흘러간다. 미국에선 마스크에 얽힌 복어가, 프랑스에선 집게에 달린 마스크를 떼어내지 못하는 게와 문어가 발견됐다. 브라질의 마젤란펭귄의 뱃속에선 마스크가 나왔다.

마스크와 장갑을 이루는 폴리프로필렌 섬유와 고무 끈은 야생동물에 직·간접으로 나쁜 영향을 끼친다. 연구자들은 “마스크 등에 얽히면 질식이나 익사 같은 즉각적인 죽음에 이를 수도 있고 만성적으로는 상처와 감염, 절단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의 원료가 된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 개인보호장비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 사례를 모으기 위해 모든 이들의 참여를 촉구한다”며 “쓰레기를 수거 캠페인을 벌이는 이나 동물 구조 센터 활동가, 탐조가, 자연 사진가 등이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누리집을 만들어 세계에서 이런 사례를 모으고 업데이트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모니터링과 함께 마스크의 고리를 잘라 동물이 걸리지 않게 하고 재사용 가능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개인보호장비 사용량은 매달 마스크 1290억 개, 라텍스 장갑 650억장으로 추정된다. 조아나 프라타 포르투갈 아베이루 대 연구자 등은 지난해 과학저널 ‘환경 과학기술’에 실린 논문에서 인구 6000만인 이탈리아가 한 달에 마스크 10억 개와 장갑 5000만장을 쓴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렇게 추정했다.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버려지는 마스크는 6000만 장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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